유럽 나라들이 외환보유고에 위안화를 편입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반(反) 달러 동맹을 형성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위안화가 달러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까지 등장해 금과 태환되지 않는 불환화폐(Fiat currency)인 달러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안화 매입 =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중국 위안화를 외환보유고에 포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1월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은행 안드레아스 돔브레트 이사는 15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에 참석해 “위안화를 외환보유고에 포함하기로 했다”며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운용 통화로 위안화의 사용을 점차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6월 5억유로(약 6500억원) 상당의 위안화를 사들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유럽이 지난 몇년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위안화는 2016년 국제준비통화체제인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편입됐다.

FT는 “독일중앙은행의 이번 결정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분데스방크의 이런 조치는 독일과 중국의 무역규모가 급증하는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 은행은 이미 외환보유고 중 일부를 위안화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독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시장 개장 파장 = 세계 금융시장은 상하이에 쏠려 있다. 국제원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달러의 역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이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 시장을 조만간 개장한다.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중국 바이어들이 위안화로 유가를 결정하고 거래하게 된다. 물론 외국인 트레이더들도 투자할 수 있다. 중국 원자재시장에서 외국인 거래 허용은 처음이 된다.

중국 국무원은 2017년 12월 위안화 원유선물 도입을 승인했다. 중국은 지난해 원유 수입 규모에서 그간 1위였던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의 위안화 선물거래는 달러를 기반으로 한 국제적 유가벤치마크들과 가격결정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원유선물은 국제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촉진시킬 것이다. 현재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에 포함된 주요 통화 중 위안화의 국제적 지급결제 비중은 2%에 그친다. 위안화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중국의 주요 목표다. 자국내 정유업자들이 소비하는 원유의 가격을 매기는 벤치마크를 갖게 되면 중국이 누리는 혜택은 커질 전망이다.

선물계약은 미래 인도분에 대한 가격을 현재 시점에서 설정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향후 유가상승이 예상되면 이를 헤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유가향방을 놓고 돈을 벌기 위해 선물계약을 이용한다. 2017년 뉴욕과 런던의 선물계약은 현물계약을 크게 앞섰다. 원유는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원자재로,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와 런던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가 대표적인 국제유가 벤치마크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플리킹은 “중국의 쿠데타는 국제 원유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라시아와 중동을 경제적으로 통합하려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맞물려 관련 참가국들이 위안화 원유선물 시장에 적극 동참할 경우 영향력과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또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 기업공개에 참여하게 될 경우, 사우디의 위안화 거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MF 외환보유고 통화구성 여전히 달러 압도 = 위안화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여전히 국제통화시장에서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국제통화기금(IMF)는 ‘2017년 3분기 외환보유고 통화구성’(COFER) 보고서를 냈다. 각국 중앙은행이 어떤 통화로 외환보유고를 채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2017년 3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고 총액은 11조3000억달러다. 2016년 4분기 10조7000억달러에 비해 약간 늘었다. 하지만 2014년 3분기 11조8000억달러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17년 3 분기 구성통화 총액을 살펴보면 달러가 63.5%였다. 3년 전 64.6%에서 약간 줄었다. 유로도 3년 전 22.6%에서 20%로 내려앉았다. 반면 엔화는 3.6%에서 4.5%로, 파운드화는 3.75%에서 4.5%로 늘었다. 호주 달러와 캐나다 달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1.8%, 2.0% 비중이었다.

관심이 쏠린 위안화는 2016년 말 1.08%에서 지난해 3분기 1.1%로 약간 늘었다. 스위스 프랑은 0.2%였다. IMF는 2015년 11월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통화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고, 이 조치는 1년 뒤인 2016년 10월 발효됐다. 글로벌 기축통화로 가는 첫 관문으로 간주되는 조치다. 그해 4분기 COFER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8%라고 발표됐다.

달러의 비중은 최근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다. 1965년부터 최근까지의 달러 비중을 살펴보면, 1991년 46%의 비중을 차지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점차 늘어나다가 2001년 유로화 출범 이후 다시 하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온라인매체 울프스트리트는 “지금까지 달러에 가장 위협적인 통화는 유로화였다”며 “위안화는 아직 달러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안화는 아직 새 발의 피 수준 = 미국이 달러화 발행을 남발하고 중국이 이에 대항해 미국채 투자를 줄이는 등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달러 패권이 압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미 국채의 매입 속도를 늦추거나 매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압박을 높이는 데 대한 맞불 조치이다.

중국이 미 국채 투자를 전략적으로 줄인다면, 미국 금융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약 1조2000억달러(130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파워가 강력하며, 미중 양자의 화폐전쟁은 서로 싸우다가 양쪽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패하여 상처를 입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될 것이 뻔 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양상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