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000억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으면서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6031개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갈수록 쓸 수 있는 카드는 줄어 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34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발표했을 때 즉시 반격에 나선 것과 달리 이날은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 6일 미국의 발표와 동시에 반대 성명을 냈던 것과 달리 미국 측 발표가 나고 4시간여가 지난 뒤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공을 두고 중국에서는 블러핑(bluffing)이라는 분석이 다수를 차지했다. 블러핑은 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베팅이나 레이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직진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잘 아는 지인들은 그가 30년 동안 칼을 갈아 왔기 때문에 섣불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1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치집회에서 중국인들을 거론하며 “잘 들어! 25% 관세를 때릴 테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외부 자문인 스티븐 무어는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부터 중국에 매우 강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게 전혀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는 물러서지도, 물러설 수도 없다”며 “중국과 정면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전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는 30년 동안 중국과 대결을 주장해왔다. 트럼프의 인생에서 가장 일관된 발언이 바로 ‘중국이 미국의 경제를 위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시절인 2015년 6월 16일 맨해튼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을 무려 25번이나 거론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사람들은 내가 중국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아니다.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우리나라 지도자들보다 훨씬 영리하다. 우리는 더 이상 그같은 상황을 버틸 수 없다. 프로 미식축구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동내 고교 팀과 시합하는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상무장관 윌버 로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2개 수입품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1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이 수출하는 철강에 대해 25%의 관세를,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매기게 된다.

중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가는 신호는 지난해 8월 감지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대통령 지시로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상대국의 무역관행을 벌주기 위해 해당 국가에 대한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올해 3월 USTR은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관을 노골적으로 훔치거나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등의 불공정한 방법을 쓰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에 추가적으로 25% 관세를 물릴 수 있는 목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4월 초 USTR은 중국이 만드는 수많은 중간재에 피임약, 평면TV 등을 포함한 관세 부과 목록을 완성했다.

하지만 공청회를 거친 끝에 TV와 피임약, 기타 품목은 제외됐다. 반면 반도체가 새롭게 포함됐다. 대중국 관세조치는 시간차를 두고 두 차례로 나뉘었다. 하나는 지난주 관세가 발효된 340억달러 규모의 제품이며 또 하나는 향후 재검토를 거쳐 확정될 160억달러 규모의 제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타협안도 제시하며 상대방의 초점을 흐린다. 지난 5월 13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중국 이동통신사 ZTE에 부과한 제재를 풀기 위해 시진핑 주석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중국과 전면적 무역전쟁을 앞둔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다. 그의 측근들은 중국과 무역관련 대타협에 언제나 회의적이었다고 증언한다.

미 행정부 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거의 없다. 트럼프에게는 절대적인 이슈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고의 카드로 보고 있다. 무역은 중간선거 승리뿐 아니라 2020년 재선 승리에서도 쓸모가 많기 때문에 일관성을 갖고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